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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행]울룰루, 세상의 중심을 가다


남호주의 끝을 알리는 경계에 다다랐다. 몇 명의 여행객이 사진을 찍고 떠나니 조용해졌다. 선명하게 박힌 Welcome to the Northern Territory 글자만이 우릴 바기는 듯.. 문뜩 여행 너머의 자신을 생각하니.. 약간의 안도감과 두려움이 생겼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 더듬듯 삶을 살아왔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노던 테리토리의 심볼인 태양이 밝혀 주리라 기대한다.




어느새 기름도 떨어졌고.. 시원한 것도 마실 겸 울룰루로 가기 전에 주유소에 들렸다. 도시와 비교했을 때와 거의 두배 정도의 가격에 눈물이 찔끔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 물체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다시 봤다. 울룰루가 아니였다.



차를 타고 한 시간을 움직이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조금 구경하고 일몰을 기다리기로 했다. 서서히 불타기 시작하는 바위.. 여행자들의 마음도 뜨거워진다. 사진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보고 늦기지 않으면 자기 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이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호주에 가기 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란 드라마를 봤다. 여주인공 아키란 인물이 가고 싶어 했던 울룰루 앞에 있으니 조금 묘한 감정이 생겼다. 내가 좋아했던 작품 안에 있으니 말이다.



다음 날 등반이나 트랙킹을 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도착하니 바람이 강해서 등반은 할 수 없어 트랙킹을 했다. 울룰루는 생각보다 컷다. 한 바퀴를 돌기 위해서는 3~4시간이 들었다. 울룰루는 참 신기한 바위다. 가끔 신기한 모양이 있다. 거북이라든지 사람형상이라든지 기이한 모양이 있지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참을 수 없는 것은 파리다. 파리는 왜 이렇게 많은지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않아서 인내심을 시험한다.


울룰루의 앞에는 "올가"가 있다. 그곳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모델이기도 하다. 타즈메니아에는 마녀소녀 키키의 빵가게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 어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조용히 멀리서 봐라보니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 같았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있어 주리란 느낌이 닮았다. 저녁은 숙소 안에 있는 수영장이 보이는 자리 앞에 앉았다. 떠들썩했던 낮과는 다르게 밤이 되자 금새 조용해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등반을 준비했다. 시간이 돼자 등반을 알리는 싸인이 떨어졌다. 이곳 원주민들은 외부인들의 등반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들에게 신성한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다. 아는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올라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어서 발걸음이 무거웠다.




등반의 중간까지는 쇠사슬 하나만을 의지하며 가야한다. 그 넘어서는 바위의 그려진 선을 따라서 걷기만 하면 된다. 아래서 느껴지던 바람과 차원이 달랐다. 그런 이유 때문에 바람이 강하면 등반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이기에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조용한 느낌 때문에 신성한 성지 안에 있다는 현실감이 들었다. 예전엔 정상에 가면 인증서를 줬다고 한다. 실제로 도착하니 인증서는 없었고 방위표만 있었다.



그곳에 앉아 멀리 있는 지평선을 둘러봤다. 끝이 없다는 걸 넘어서 지평선이 둥글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깐의 여유를 마치고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방금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던 와이프와 함께 조심히 길을 내려왔다. 십년 뒤에 다시 온다 해도 그 모습 변하지 않겠지만 난 얼마나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