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_Korea

[제주도여행] 여행을 대하는 자세 - 제주민속촌


여행을 대하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하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 경로를 정해서 떠난다.
둘 여행을 하는 도중에 경로를 정한다.

둘 다 여행의 재미가 느껴지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른 듯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경로를 정하는 부류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즐긴다. 명칭은 어떻게 유례 되었는지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지 경비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을 따지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이렇게 준비할 수 있는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들을 보면 참으로 존경스럽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차분하게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랄까 이런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하는 여행은 두 번째 부류에 속한다. 일단 큰 경로만 정한 후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음 번 여행지를 생각해 본다. 전생이 있었다면 아마도 나그네였을지도 모르겠다. 만장굴까지는 여행계획 안에 있었기에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어김없이 팜플렛을 살폈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대장금 촬영장소인 제주민속촌이었다.

승용차를 타고 그렇게 30분쯤 지난 뒤에 도착했다. 거리에는 수학여행을 왔는지 학생들로 바글바글하다. 매점 안에도 학생들로 가득 채워졌지만 주인장은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끄럽다고 안 살 거면 나가라고 재촉한다. 그렇게 북적거리는 안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 골라서 나왔다. 제법 날씨가 더워 아이스크림 맛이 두배나 달콤하다.

매점 앞에 나와 보니 제주 전통배 태우가 있었다. 여러 명이 타기에는 좀 작아 보이지만 특이한 점 하나가 눈에 띈다. 나무 바닥 위에 의자처럼 앉을 수 있게 만든 구조다. ‘바닥에 앉아도 되지 저런걸 뭐 하러 만들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만약 바다 위에 배를 띄운다면 바닥은 파도가 들어와 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쉴 만큼 쉬었으니 민속촌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학생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말로만 듣던 제주 초가집이 보인다. 제주의 바람과 긴 장마를 견디도록 만든 구조가 특징이란다. 돌과 나무로 태풍에 강한 구조를 만들고, 사이사이를 흙으로 채워 습도를 제어한다. 지붕은 띠를 촘촘히 두른 게 일반 초가집과 달라 보인다. 환경에 맞춰 삶을 사는 게 현재와 다름없는 듯하다.

옆을 가보니 말로만 듣던 똥돼지 우리가 있다. 아쉽게도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통시 앉아 용변을 보는 시늉 한번 해본다. 주위가 뚫려 있어 누군가 쳐다보면 민망함을 감추지 못할 것 같다. 근데 볼일 보는 중에 맑은 하늘을 같이 봐준다면 상쾌함만은 최고의 화장실일 것이다.

대장금 촬영지답게 곳곳에 무슨 촬영을 했었는지 안내 되어있다. 그리고 작지만 대장금 기념관이 있었다. 그곳엔 촬영 당시의 대본과 의상, 소품 같은 것들이 구경거리로 남겨 있었다. 밖에서는 일본 관광객들이 장금이 사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일본에까지 인기가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우리에게도 좋은 작품으로 남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사랑받는 작품이라니 기분이 좋아진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 여행은 실패할 때도 많지만 때론 좋은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10. 7. 8